동의보감 속 침향(沈香)의 쓰임과 기능
침향이란 무엇인가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났을 때 자연적으로 스며 나온 수지(樹脂)가 오랜 세월 나무 속에 굳어진 부분입니다. 물에 가라앉을 만큼 밀도가 높은 것이 진품이며, 반만 가라앉는 것은 잔향, 물에 뜨는 것은 전향이라 하여 약재로 쓰지 않았습니다.
동의보감은 침향의 성질을 뜨겁고(性熱), 맛은 맵고(味辛), 독이 없다(無毒)고 기록합니다. 따뜻하면서 매운맛으로 몸 구석구석 퍼져 나가는 약재라는 뜻입니다.
동의보감이 말하는 침향의 핵심 작용
기(氣)의 순환
가장 중요한 기능입니다. 동의보감은 침향이 위로는 머리끝까지, 아래로는 발바닥 용천혈까지 기를 통하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약재들이 대개 기를 올리거나 내리거나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데 비해, 침향은 위아래 양방향을 모두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그래서 기가 뭉쳐 답답한 경우, 기가 위로 치받아 숨이 찬 경우, 기가 울체되어 우울한 경우에 두루 씁니다.
속을 따뜻하게 함
비위가 차서 생기는 복통, 소화불량, 구토와 설사를 동반한 식중독, 명치 통증을 멎게 합니다. 여름철 찬 음식으로 인한 배앓이에도 효과적입니다.
신장의 양기 보강
하초가 차서 생기는 성기능 저하, 허리와 무릎 냉증, 빈뇨 등에 사용됩니다.
숨찬 증상 완화
신장이 약해져 기가 아래에 머물지 못하고 위로 치솟는 천식성 호흡 곤란에 기를 끌어내려 주는 역할을 합니다.
침향이 들어가는 대표 처방
- 침향강기탕: 기가 거꾸로 치받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찰 때 쓰며, 침향이 주약으로 역상한 기를 내려줍니다.
- 소합향원: 갑작스러운 졸도나 중풍 초기 구급약으로, 침향이 막힌 의식을 뚫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 침향온위환: 비위가 차서 생긴 만성 복통과 설사에 씁니다.
- 침향녹용환: 신양 부족으로 인한 허약과 정력 저하를 보하는 처방입니다.
- 흑석단: 중증 천식에 기를 내리는 목적으로 쓰입니다.
처방 안에서의 역할
침향은 대부분의 처방에서 주인공 약재라기보다 길잡이 약재 역할을 합니다. 처방의 주된 치료 기운을 원하는 장부와 경락까지 실어 나르고, 기의 길을 열어 다른 약재가 제대로 작용하도록 돕습니다. 동의보감이 “여러 약재의 효능을 끌어준다”고 표현한 지점입니다.
복용 시 주의사항
침향은 향 자체가 약효이므로 오래 끓이면 안 됩니다. 탕약에는 다 달인 뒤 가루 낸 침향즙을 섞거나, 아예 환이나 가루약 형태로 먹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기가 뭉친 실증에는 잘 맞지만, 몸이 이미 허약해 기운이 바닥난 사람이나 몸에 열이 왕성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정리
동의보감 속 침향은 따뜻한 성질로 비위를 데우고 신장을 보하면서, 막힌 기를 뚫어 온몸의 순환을 정돈하는 조절자입니다. 단독으로 복용하기보다는 목적에 맞는 다른 약재들과 조합해야 효과가 제대로 발휘됩니다.
